경도인지장애나 치매초기에는 기억력장애의 정도가 심하지 않습니다. 흔히 옛날기억은 잘하는데 최근에 있었던 일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면, 물건을 가지러 갔다가 잊고 그냥 온다든지, 최근 있었던 일에 대해 구체적으로 상세한 부분을 기억하기 어려우며, TV에서 보거나 들은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기 어려운 경우입니다. 손주들의 이름을 틀리게 부르거나 청력이 저하된 것처럼 남이 하는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하여 계속해서 다시 묻는 것을 반복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증상이 진행되면 옛날기억에서도 어려움을 보이며 힌트를 주어도 기억을 해내지 못하여 보호자들의 도움이 필요하게 됩니다. 또한 익숙하지 않은 곳에서 길을 찾지 못해 헤매거나 나중에는 길을 잃어 집을 찾지 못하기도 합니다. 치매가 더 심해지면 집안에서도 화장실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있고, 자녀들의 얼굴조차도 기억하지 못하게 됩니다.

치매초기에는 건망증처럼 진행되지만 서서히 새로운 정보의 등록, 저장, 재생이 어려워지는 것입니다. 이후 치매가 더 진행하면 오래전에 습득한 장기기억도 잃어버립니다. 알츠하이머병의 기억 장애는 해마의 기능장애로 단기기억에서 장기기억으로 저장하는 과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생기기 때문에 초기에는 옛날에 저장된 기억은 유지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옛날 일을 기억하는 것은 치매를 감별해내기 위한 중요한 증상은 아니라고 볼 수 있습니다.

김진옥 / 대한치매학회 정보위원회

2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