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성 대한치매학회 홍보이사(한림대성심병원 신경과)
COVID-19은 생활의 모든 면에서 영향을 미쳤다. 보건의료의 전 영역에서 영향을 받지 않은 부분이 없다.
감염성 질환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고, 개인위생수칙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시민사회의 의식도 고양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또 다른 측면에서 딜레마를 낳았다. 방역은 기본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기본으로
한다. 가능한 접촉을 피하는 것이 기본적인 원칙이다. 그러나, 치매 치료 및 관리는 모든 측면에서 사람간
접촉을 기본으로 한다. 어떤 치매환자도 혼자서 살아갈 수 없다.
한국은 2008년부터 치매국가관리종합계획을 통해 전국 250여개 치매안심센터를 기반으로 치매 관리 정책을
펴나가고 있다. 이러한 정책을 통해 조기진단-치료-돌봄에 이르는 질환 전주기에 국가가 개입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개입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만남을 전제로 한다. 최근 일선 외래 현장에서는 치매 환자들이 나빠졌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걷던 사람이 앉고, 앉던 사람이 눕는” 상황이다. 수년에 걸쳐 어렵게 구축한 지역사회의
인지강화교실, 일상활동을 유지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많이 중단되었다. 치매 환자들은 집에
고립되고, 집 안에서 마땅히 환자들을 위한 정보나 프로그램도 적절히 구비되어 있지 않아 고립무원인 상태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영국과 유럽의 다양한 국가들, Alzheimer’s Disease International 등 여러 기관에서 다양한
권고문과 참고자료를 발표하였다. 대한치매학회에서는 최근 국내 상황을 고려하여 치매 환자 및 보호자들을
위한 권고안을 발표하였다. 권고안의 핵심은 크게 세가지이다. 1) 일상의 유지, 2) 갑작스런 상황에 대한 대비,
3) 치매환자들을 위한 방역수칙 적용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권고안이 실효를 거두려면 구체적인 인지활동과 신체활동의 컨텐츠가 지속적으로 개발 및 보급되고,
환자 및 보호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관심있는 보호자가 어렵지 않게 정보에 접근하고, 다양한
연령/성별/교육수준/신체활동수준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많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학회와
유관단체, 정부에서 과학적 근거를 지닌 양질의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공급하고, 이를 통합하고 연결해줄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하다. 문화예술 분야 전문가들과의 협력사업 역시 이러한 지평을 넓힐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 대한치매학회와 국립현대미술관이 지속적으로 이어나가고 있는 일상예찬이 그 좋은 예가 될
것이다. Alzheimer’s Association의 경우 초기 단계의 치매 환자들의 문화예술 경험을 위해 다양한 미술관 및
박물관 등 지역사회 파트너들과 협력 프로그램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대비하면서 환자들의 여러 상황에 따른 다양한 비약물적 치료방법을 제시하고 연결해주는 플랫폼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위기는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다. 현재의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는 분명히 치매 환자들에게 위협이 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치매 정책을 점검하고, 변화하는 시대에 맞는 새로운 청사진을 마련하는 기회로
삼는다면, 도약의 발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