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사랑병원 신경과 박소영
억제(inhibition)는 습관적인 행동 또는 하고 싶은 욕구를 억누르고 자신의 행동을 관찰하면서 자동화된 반응과 충동을 조절하는 기능이다 ¹. 반면 탈억제(disinhibition)란, 위험에 대한 평가나 사회적인 규칙에 대해 고려하지 않은 채 충동성(impulsivity)을 나타내는 것이다. 예를 들면, 무엇이든 하고 싶은 대로 하려고 하고, 이러한 욕구가 통제되는 상황에서 과도하게 화를 내는 행동을 보이기도 하며 음식이 앞에 놓여 있으면 참지 못하는 등의 모습, 성적 탈억제(sexual disinhibition) 등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보호자들은 환자의 성격이 마치 참을성 없는 어린아이와 같아졌다고 얘기하곤 한다. 그래서 탈억제는 치매 환자가 가지는 행동정신증상 중에서도 보호자들의 부담과 고충을 극대화 시킬 수 있는 증상 중의 하나이고 환자를 요양시설로 옮기도록 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탈억제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환자나 보호자가 증상에 대해 보고하고 이를 점수로 매기는 방법(Frontal systems behavior scale, FrSBe)과 검사자가 특정 수행 과제를 통해 객관적으로 점수화 하는 방법이 있다 ². 트럼프 카드로 도박을 하는 상황과 유사한 상황하에서 피검자들이 수익을 내는 판단을 적절하게 할 수 있는가를 평가하는 아이오와 도박 과제(Iowa gambling task, IGT)나 서울신경심리검사(Seoul neu- ropsychological screening battery, SNSB) 중 전두엽수행기능검사(frontal executive function test)에서 Go-No Go 검사 등이 있다. 뇌 MRI 와 FDG-PET 검사는 전두엽 부위의 위축 또는 병변을 확인하거나 전두엽 관련 영역에서의 대사 활성도가 떨어져 있는지를 평가할 수 있다.
억제를 담당하는 뇌 영역은 전두엽, 그 중에서도 안와전두엽(orbitofrontal cortex) 부분이 많이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탈억제 증상이 확인되면 전두엽에 병적인 변화를 보이는 질환에 대한 접근이
필요하다. 이때 원인 질환을 감별할 수 있는 단서로는 전두엽의 병적인 변화가 서서히 진행되는지,
갑작스럽게 발생했는지 또는 질병의 진행단계에서 초기에 두드러진 증상인지 중-후기에 나타나는
증상인지에 대한 판단이다.
다른 인지기능의 저하에 비해 초기에 탈억제를 보일 수 있는 치매로는 전두측두엽치매 (frontotemporal
dementia)가 있다. 그 외 혈관치매 (vascular dementia)나 파킨슨병치매 (parkinson’s disease demen-
tia) 환자들도 전두엽 관련된 기능이 저하되어 탈억제가 나타날 수 있고 알츠하이머병 역시 초기 기억력
저하가 나타나고 증상이 진행하면서 탈억제를 포함한 전두엽 기능 저하가 나타날 수 있다. 퇴행성
인지저하가 아닌 경우, 가령 외상뇌손상(traumatic brain injury) 등의 경우에도 외부 충격에 취약한
전두엽의 손상으로 탈억제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탈억제 증상이 심각해진 경우, 가족관계나 사회적인 활동에서 문제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약물적인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탈억제는 치매 환자에서 보일 수 있는 행동 증상 중에서 비교적 약물적인 조절에 반응을 보일 수 있는 증상에 해당한다. 탈억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는 대표적인 질환인 전두측두치매에서 세로토닌 결핍이 전전두엽의 기능저하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³ . 그래서 선택세로토닌재흡수억제제(selective serotonin reuptake inhibitor, SSRI)와 같은 세로토닌성약물(ser- otoninergic agonist)을 사용하여 전전두엽의 반응을 강화시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탈억제 중에서도 좀 더 세부적으로 성적 탈억제에 관련된 약물적인 치료가 많이 연구되었는데 항안드로겐, 비정형신경이완제, H2 수용체 길항제 등을 시도해 볼 수 있다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