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우
환경의존증후군(environmental dependency syndrome)은 사회환경이나 신체환경 자극에 지나친 반응을 보이면서 이를 스스로 통제하지 못하는 경우를 말한다. 전형적인 증상으로는 붙잡기(grabbing), 목적 없는 사물접촉(purposeless groping), 모방행동(imitation behavior), 이용행동(utilization behavior), 수집행동(hoarding behavior), 반향언어증(echolalia), 동작모방증(echopraxia) 등이 있다. 기타 공중부양(levitation), 언어과다증(hyperphasia), oral spelling behavior, copy words or sentence uttered by others, Zelig-like syndrome 등 특이한 증상도 보고된 바 있다. 이 중에서 임상에서 가장 흔히 접하는 증상은 붙잡기와 목적 없는 사물접촉이다. 환경의존증후군은 전두엽 장애로 인한 수행장애증후군(dysexecutive syndrome)의 일종으로 추정된다. 신경영상기술의 발달로 근래에는 전두엽 외 다른 뇌 부위 장애로 인한 환경의존증후군도 발견된다. 원인질환으로는 전두측두치매, 혈관성치매, 진행성핵상마비, 외상뇌손상 등이 있다. 임상에서 접할 수 있는 특수한 환경의존행동을 중심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지시를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앞에 있는 검사자의 몸짓을 따라 하는 행동이다. 환자에게 따라 하는 이유를 물어보면 대답을 못 하거나, 그렇게 해야 하는 줄 알았다고 답한다. 검사자가 중단하도록 지시를 해도 억제가 잘 안 된다. 반향언어증이나 동작모방증과 감별이 필요하다. 반향언어증이나 동작모방증은 다른 사람의 행동이나 말을 자동적, 즉각적, 반사적으로 따라 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상대방의 행동이나 말이 자연스러운지, 이상하게 보이는 지, 이로운지, 해로운지를 고려하지 않고 따라 한다. 모방행동은 이용행동이 발생하기 전에 먼저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두엽 특히 앞쪽 아래쪽 부분에 손상이 발생할 경우 전두엽 억제 기능이 저하되면서 두정엽 기능이 억제로부터 풀려나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한다. 그러나 오른쪽 섬이랑(right insula), 왼쪽 안쪽 전두엽(left medial frontal lobe), 왼쪽 쐐기앞소엽(left precuneus) 병소에 의해서도 발생한다는 보고가 있다. 신경심리검사상 지능관리 상실(loss of intellectual control)과 기억장애가 이용행동을 동반하지 않은 환자들보다 현저하다. 전두엽 기능검사에서 이상언행반복증(perseveration)과 규칙전환(set-shifting)장애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자동반복증(stereotypy), 무관심, 무감동증, 사회관념 무시, 과도한 사회자극의존, 프로그램장애와 같은 전두엽 증상들이 흔히 동반된다.
지시를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앞에 보이는 연필, 종이, 책과 같은 물건을 붙잡고 마치 사용하는 것처럼 행동하는 경우를 말한다. 외견상 정상행동처럼 보일 수도 있으나, 주변 분위기나 발생시기 등을 고려할 때 부적절하게 느껴진다. 대체로 만질 수 있는 거리에 있는 물건에 대해 잘 발생한다. 발생기전은 모방행동과 유사하며 주로 전두엽의 기능장애로 발생한다. 이용행동은 시각적 자극에 의해 저절로 발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검사자의 유도에 따라, 즉 피검자의 손에 물건을 쥐어주고 촉각을 이용한 자극을 주었을 때도 가능하다. 붙잡기나 모방행동보다 심한 형태의 환경의존행동으로 추정하고 있다 신경심리검사에서 모방행동 환자와 유사한 소견을 보인다.
구두표현에 이상(verbal impairment)을 보이는 의사소통장애(communication disorder)로서 환경의존행동 의 변형으로 추정된다. 어떤 낱말을 제시하면 그대로 반복한 후 모음과 자음을 풀어서 이야기한다. 주로 자연적으로 발생한다. 예를 들어, ‘화장실’ 글자표지판을 보고 ‘화장실’이라고 읽은 후 모음과 자음을 순서대로 풀어서 말하거나 책 표지 제목을 읽고 나서 제목을 구성하고 있는 낱말의 모음과 자음을 풀어서 이야기한다. 간혹 문장을 읽어내려 가다가 문장부호를 표현하기도 한다. 언어기능 검사를 하는 도중에도 이런 현상이 발견된다. 이용행동, 모방행동, 반복행동을 동반하기도 한다. 환경의존행동으로 보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다양한 언어과제 수행 시 저절로 발생하며 regular word 및 non-regular word 모두에서 나타난다. 둘째, 모음과 자음을 풀어서 말하기 전에 정확한 낱말을 말한다. 언어의 기본 요소인 음성학(phonology)과 어의학(semantics)과는 크게 연관성이 없기 때문이다. 셋째, 이용행동과 같은 다른 환경의존행동을 잘 동반한다. 전전두엽(prefrontal region)의 피질-피질하 병소(cortico-subcortical lesion)가 원인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나, 정확한 병소는 아직 알려져 있지 않다.
언어기능과 관련은 있으나 언어장애에는 속하지 않는 환경의존행동이다. 환자를 에워싸고 있는 환경에 대해 강박적이고 불수의적으로 거론하는 특징을 보인다. 이유 없이 주변의 사물 이름을 반복적으로 대거나, 다른 사람의 행동을 서술하는 현상으로 나타난다. 예를 들어 상대방이 코를 만지고 있으면, “코를 만지고 있다”라고 언급한다. 이러한 현상은 상대방이 지시를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저절로 발생하며, 심지어는 그만두라고 요구해도 반복된다. 주변의 사물이나 동작 등의 단서들을 motor, limbic, spatial, linguistic association과 연계하는 복잡한 반사(complex reflex)에 대한 전두엽의 통제가 풀려 이에 대해서 강박적이고 충동적으로 언급하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쓰기과다증(hypergraphia) 형태로 발생하기도 한다.
전두엽의 통제상실로 인하여 발생하는 특수한 형태의 환경의존행동이다. 주변 환경에 따라 자신의 역할과 주체성도 변하는 특이한 현상을 보인다. 예를 들어 의사 앞에서 진찰을 받으면서는 “선생님과 같은 과를 수련 받았다.”라고 했다가, 신경심리검사를 하면서는 “나도 전에는 신경심리를 전공했다.”라고 둘러대기도 한다. 해당 분야에 대해 심도 있는 질문을 하면 스스럼 없이 상식수준의 답변을 하거나 피상적인 반응을 보인다. “ 당뇨환자의 경우 식사조절을 어떻게 해야 합니까?”라고 물어보면 “단 음식을 피해야 한다. 탄수화물 섭취를 제한해야 한다. 식사를 가볍게 해야 한다”는 등으로 상식 수준의 답변을 한다. 작화증(confabulation)과 감별을 필요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