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공단 중앙보훈병원 신경과 양영순
알츠하이머병의 기본 증상은 인지기능장애이지만 신경정신증상에 해당하는 많은 정신증상(neuropsychiatric symptoms)이 나타나며, 인지장애 자체보다 이러한 행동심리증상 때문에 환자가 집이나 일반 병원에서 치매전문시설로 가게 된다. 정신병(psychosis)은 신경증(neurosis)과 비교하였을 때 현실과 동떨어진(loss of contact with reality) 비정상적인 정신상태를 말한다.
정신병은 많은 정신질환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증상을 포함하지만 일반적으로 환각, 망상, 폭력, 병식결여 등을 나타내는 말이며, 이 중에서 환각과 망상이 대표적인 정신병(psychosis) 증상이다. 환각은 어떤 자극이 없이도 느끼는 지각(perceptions)인 반면 망상은 그 문화의 배경에 반하며 이성적으로 설득이 안 되거나 고쳐지지 않는 고정된 잘못된 믿음을 말한다.
Sweet 등은 알츠하이머병 환자 478명의 망상을 분석하였는데 이 중에서 239명(50%)에서 정신병 증상이 있었고, 가장 흔한 정신병증상은 사람에 대한 착오망상(delusional misidentification of people; 23%), 편집증(21%), 그리고 죽은 사람이 살아 있다고 믿는 증상이었다(19%). Harciarek와 Kertesz 연구에서 알츠하이머병 환자 392명에서 착오망상 환자가 16%이었으며 Capgras증후군이 가장 흔하며, 이외에 장소복제(reduplication of place)나 phantom boarder phenomenon이 동반되었다.
Savva 등은 망상을 가진 알츠하이머병의 아형 분석 연구에서 피해망상은 25%, 착오망상은 20%이었으며 2년 추적 후에는 피해망상보다 착오망상이 새로 더 많이 발생하였다. 또한, 이 연구에서 망상을 네 가지 요인으로 분석하였는데, 피해망상과 착오망상은 독립적인 요인으로 분류하고 두 증상이 이질적이라는 가능성을 시사하였다. 최근 항정신병약물을 복용하지 않는 알츠하이머병 환자에서 망상을 편집형과 착오망상으로 분류할 때 편집형은 병의 중기까지는 증가하다가 말기에 가면 감소하여 경도 또는 중등도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였다. 반면 착오망상은 병의 초기에는 거의 나타나지 않으나 병이 진행함에 따라 지속해서 증가하였다. 이와 같이 망상의 아형에 따른 유병률의 차이는 망상 역시 이질적인 기전을 가진 증상이 혼재되어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최근 약물을 복용하지 않은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27.4%에서 망상을 보였으며 망상 중에서는 편집망상 (피해망상, 도둑망상, 버림망상 등)이 가장 흔하며(60.3%), 다음으로는 착오망상(19.0%)이었고, 이들이 같이 있는 혼합형(17.5%)도 많이 나타났다. 반면 색정망상(erotic delusion)이나 과대망상과 같은 팽창망상(expansive delusions)은 드물었다.
편집망상 중에는 도둑망상이 가장 흔하였으며(54.0%), 부정망상(19.0%), 피해망상(15.9%) 순이었다. 착오망상 중에서는 Capgras증후군이 가장 흔하였으며(15.9%), phantom boarder syndrome (12.7%), TV sign (6.3%) 순이었다. 다른 연구와 마찬 가지로 편집망상을 보이는 환자에 비하여, 착오망상과 혼합형(mixed delusions)을 보이는 환자는 치매가 진행된 상태이고, 인지기능의 손상이 심하였다. 혼합형 망상은 환각과도 연관되어 있었다. Nagata 등은 망상이 있는 알츠하이머병에서, 특히 피해망상이 있는 군이 Frontal Assessment Battery (FAB)로 평가한 전측두엽기능 점수가 유의하게 높았다.
이 연구는 피해망상 환자에서 전반적인 인지기능장애보다는 전두엽기능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인지기능과 망상의 아형을 연구하기 위해서 인지기능을 좀 더 정확하게 평가해야 함을 주장하였다. 착오망상 환자가 전반적인 인지기능장애 이외에 특정 인지기능장애가 있는지에 대한 많은 논란이 있었다. 망상을 가진 환자가 전두엽기능장애가 있다는 보고가 있으며 착오망상 환자는 Rey-Osterrieth Complex Figure Test (RCFT) copy, RCFT 즉시회상(immediate recall)과 언어유창성(verbal fluency)이 망상이 없는 환자에 비하여 저하되어 있고 반면 편집망상 환자에서는 이러한 차이가 없었다.
흥미로운 것은 착오망상 환자는 반응억제(response inhibition)를 평가하는 검사인 Go/No Go 검사를 잘 수행하지 못해서 다른 군에 비하여 유의하게 결측치(missing value)가 많았고 이를 교정한 결과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 Go/No Go 검사는 우측 배외측 전전두엽(ventrolateral prefrontal cortex), 혹은 우측 전두측두엽 신경망(right fronto-parietal networks) 특히 posterior inferior frontal gyrus와 연관이 있다고 한다.
Cook 등은 망상을 가진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요인분석을 통하여 착오(misidentification)/환각요인과 피해망상을 다른 요인으로 분류하였다. 이 연구에서 언어유창성과 공간감각(visuospatial) 장애는 착오/환각 아군에 국한되어 있으며 피해망상 아형에서는 인지기능이 정신병이 없는 알츠하이머병 환자와 차이점이 없었다. Forstl 등의 연구결과와 유사한데 이 연구에서 착오망상(delusions of misidentification) 환자가 망상이 없는 환자에 비하여 인지기능 손상이 더 심하였다.
결론적으로 망상과 인지기능장애의 연관성에 대하여 상충하는 결과를 보인 연구가 많은데 이는 근본적으로 방법의 차이, 특히 망상의 정확한 분류가 선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나타나는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현재까지 연구결과에 따르면 편집망상은 병의 초기에 나타나는 경향이 있는 반면 착오망상은 병이 진행된 후에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임상, 역학, 신경병리, 그리고 유전 연구를 통합하여 이해하면 망상을 가진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원인과 병태생리를 이해할 수 있다.
아직 망상이 있는 알츠하이머병과 망상이 없는 알츠하이머병이 다른 병인지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적어도 망상의 여부에 따라 임상 경과와 치료가 달라진다. 특히 단순히 망상을 확인하는 것보다 아형에 대한 정확한 분류와 정량화가 필요하다. 피해망상은 착오망상 보다 좀 더 일찍 나타나는 증상이며 유전 성향이 더 강한 편이다. 반면 착오망상은 인지기능 손상과 치매 진행 정도와 관련이 있다. 특히 착오망상은 주로 퇴행치매에서 나타나기 때문에 이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진단과 치료에도 매우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