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공단 중앙보훈병원 신경과 양영순
오른손잡이로 고등학교 졸업 학력이었고 알코올이나 약물 복용 력 및 정신질환의 과거력 없이 평소 건강했던 64세 여자환자가 6개 월 전부터 점차적으로 감정의 기복이 심해지고 쉽게 짜증을 내며 자주 우는 증상과 매사에 의욕이 없고 빈번한 자살 사고가 발생하여 정신과에 내원하여 주요 우울 장애로 진단받고 치료를 받았으나 크게 호전 소견을 보이지 않았다. 5개월 전부터는 빠르게 기억력이 감소하고 더불어 위약감이 없이 행동이 느려졌으며 상황에 맞지 않 는 말을 중얼거리는 모습을 보인다 하여 신경과에 전과되었다.
가족들에 따르면 다른 사람과 대화를 할 때 말을 제대로 이어가지 못 하고 같은 말을 지속적으로 반복하는 양상을 보였다. 2개월 전부터 는 묻는 말에 전혀 대답하지 않고 위약감은 없었으나 자리에 누워 일어나지 않으려 하며 양손을 떠는 등 이전보다 증상이 악화되었다. 감정 표출이 전혀 되지 않았고 의사소통은 불가능 하였으며 간헐적으로 갑작스럽게 우는 모습 보였다. 가족력 상 특이사항은 없었다.
입원 후 시행한 신경학적 검사상 의식은 명료하나 가족들도 알아 보지 못할 정도로 심한 지남력 장애 및 무언증을 보였고 안구운동 장애는 관찰되지 않았다. 통증 자극에 대해 운동 및 감각 모두 정상 반응을 보이고 있었으며 양쪽 상지에서 대칭적으로 약한 정도의 안 정 시 떨림, 서동증, 경직이 관찰되었다. 약간 느렸으나 비교적 정상 걸음걸이를 보였고 양쪽 팔 움직임은 감소되었다. 심부건반사는 정상 소견을 보였고 병적반사는 관찰되지 않았다 . 혈액검사, 화학검사, 소변검사, 혈청검사, 면역검사, 암 표지자 검사 등을 포함한 실험실 검사상 정상 소견을 보였고 심전도 및 가슴 X선 검사에서도 특이소견 보이지 않았다.
한국형 간이정신상태 검사는 전혀 협조가 이루어지지 않아 시행되지 못하였으나 고위 대뇌 겉질 기능의 심한 장애가 의심되었다 . 확산강조(DWI) 뇌자기공명영상 (MRI)에서는 소뇌와 후두엽을 제외하고 양측 기저핵 및 전두엽, 측 두엽, 두정엽의 대뇌 겉질 전반에 걸쳐 고신호강도 소견이 관찰되었다.
F-18 FDG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검사에서는 일차 감각운동 대뇌 피질과 후두엽을 제외한 양쪽 대뇌 피질의 대사가 현저히 감 소되어 있고, 양쪽 기저핵, 시상, 소뇌의 대사도 중등도로 감소되어 있었다. 뇌척수액 검사에서는 백혈구 및 적혈구가 관찰되지 않았고 포도 당과 단백도 정상 수치를 보였다.
입원 3일째 시행한 뇌파(EEG) 검 사에서는 양측 대뇌 전반에 걸쳐 간헐적으로 느린 세타파와 델타파 가 관찰되었으며 7일째 반복 시행한 뇌파 검사에서도 이전과 동일 한 결과가 확인되었다. 추가적인 뇌척수액 검사에서 14-3-3 단백이 검출되었고 또한 PRNP유전자의 코돈 129에서 메티오닌 동형접합과 코돈 219에서 글루타메 이트 동형접합 및 코돈 180에서 염기서열 GTC (Val)가 ATC (Ile)으로 대체되는 점돌연변이가 확인되었다.
이에 상기 환자는 V180I 로 인한 유전 프리온병으로 진단되어 외래 경과관찰 중이며 fCJD의 가능성이 높은 상태로 환자의 가족들에 대한 검사는 외래 진료를 통해 진행하기로 하였다.
상기 환자의 경우와 같이 V180I로 인한 fCJD는 극히 드물고 프랑스의 한 증례와 미국의 두 증례및 최근 우리나라에서 보고된 한 증례를 제외한 모든 증례는 일본으로부터 보고되었다. 국내에서도 V180I mutation 을 보이는 fCJD 의 첫 증례가 보고된 적이 있다.
그러나 본 증례는 우울증이라 는 특이한 증상으로 발현된 경우로 이를 통해 가족력상 특이소견 이 보이지 않으나 비교적 늦은 나이에 우울증 발병 및 빠른 진행 경과를 보이는 치매를 보이는 경우 fCJD를 고려하여 뇌자기 공명영상 등을 확인하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